신카이 마코토의 야심작, 이번엔 달라졌다… <스즈메의 문단속> 6일만에 100만돌파 !!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내한 기자회견 총정리!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사진 제공=(주)미디어캐슬
개봉 첫날 압도적 박스오피스 1위 기록과 동시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한 <스즈메의 문단속>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하라 나노카(스즈메 역)가 공식 내한 일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6일째인 3월 13일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새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23년 개봉한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교섭>(7일),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8일), <더 퍼스트 슬램덩크>(14일)와 비교해도 최단 기록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은 재난 3부작의 완결편이다.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전작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 관객 370만 명 동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3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의 공식 내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국내 언론이 총출동한 내한 기자회견은 물론 극장 3사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300만 관객이 넘으면 다시 한국에 와서 여러 이벤트를 함께 하고 싶다”라는 특별한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하 본문에서 내한 기자회견 당시 질의응답을 총정리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제공=(주)미디어캐슬
<너의 이름은.>이 흥행했을 때 내한하셔서 ‘한국과 일본은 공유하는 가치가 많다’라고 말씀하셨죠. 지금 한국 극장가에서는 <슬램덩크>가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오히려 제가 한국 관객들에게 왜 이렇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지 여쭙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이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아마도 제가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인 것들과 풍경이 닮아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울에 올 때면 거리를 보면서 그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아, 이 부분은 (서울이)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거리의 풍경, 도시의 풍경이 닮아 있어요. 건물이나 도시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이니까, 아마 한국인과 일본인의 마음의 형태가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일본인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정치적인 상황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그런 상황이 파도처럼 반복되지요. 하지만 문화에서만은 굉장히 강하게 연결되어서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너의 이름은.>이 상업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한 번 더 상업적인 소재를 고를 수 있었을 텐데, ‘재난’이라는 사회적 소재를 선택하셨어요. 용기를 어떻게 냈는지 궁금합니다.
<너의 이름은.>이 대히트를 기록하고 나서 든 생각은, 사회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에 있는 분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영화가 히트하고 나면 다음 작품을 보는 관객이 늘어나게 되잖아요. 그 상황은 힘이 되기도 하면서 책임이기도 하죠. 지금까지 만든 작품들이 성공하면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흥행 감독의 새 작품이니 극장 가서 보자’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엔터 측면보다는 메시지를 뭐라도 하나 넣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일본인 전체의 트라우마 중 하나인 재해에 대해서 넣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거고요. 잘하면 대지진이라는 재해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그 기억을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로 얻게 된 책임을 하나 완수했다는 기분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사진 제공=(주)미디어캐슬
전작(<날씨의 아이>)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물을 중요한 소재로 사용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애니메이터 입장에서 물을 그린다는 건 성가신 일입니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물이 튀고 움직이는데, 이걸 2D로 작업하려면 엄청 힘들거든요. 그런데 관객은 그렇게 힘들게 그린 화면을 아름답다고 합니다. 힘들지만 매번 작품에 물의 이미지를 그리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애니메이터들이 저를 굉장히 안 좋아합니다(웃음). ‘또 물이에요?’라며 저를 쏘아보는데, 감독으로서 제 역할은 현장 애니메이터들이 하기 싫어하는 걸 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계속할 거고요(웃음).
최근 흥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만 봐도 컴퓨터그래픽(CG) 활용도가 높아졌더라고요. 인공지능(AI)이 웹툰을 그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감독님은 여전히 손으로 2D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있죠.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3D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매료시킨 영화는 아마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처음일 것 같아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적극적으로 CG를 사용했습니다. 소타가 의자로 변하는 장면 대부분이 3D CG를 사용해 렌더링 한 것이고요. 손그림 애니메이션의 미래라면, 제가 모두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기 힘들지만, 현재 많은 것들이 3D로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이렇게 3D와 CG를 많이 사용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애니메이터의 숫자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AI로 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생성형 AI가 출시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AI 분야 발전은 지금도 많고, 올해는 더 풍성해지겠죠. 아마도 앞으로는 AI가 각본을 쓰는 데에도 활용될 거라고 봅니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도입해 쓸 미래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소타를 인간이 아닌 소품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그중에서도 왜 다리가 하나 없는 의자인지도요.
소타를 의자로 설정한 것은 이 영화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비극적인 현실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스즈메의 이야기만 그려진다면, 그걸 보는 관객들의 마음이 너무도 무겁고 괴로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스즈메와 함께 다니는 존재는,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무엇인가였으면 해서 의자로 했어요. 의자 다리가 3개인 이유가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요. 쓰나미가 스즈메의 고향을 덮쳤을 때 (의자가) 떠내려갔다가 다시 찾게 되는데, 그 재해의 피해로 다리 하나가 사라진 거로 설정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일단 다리가 3개이면 움직임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의자가 그냥 걷기만 해도 웃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런 모습이 영화의 온도를 높여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의자 다리 3개가 스즈메의 마음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재해를 당하고 마음을 상실한 사람을 다리 3개 의자로 표현하고 싶었던 점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 무엇인가를 상실한 사람도 강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사진 제공=(주)미디어캐슬
감독님의 모든 영화에는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률의 음악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실제 있었던 노래들을 많이 삽입하셨어요. 이유가 있나요?
영화와 현실이 실제로 이어져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영화 속 세계에서도 대지진이 있었고, 현실에서도 같은 해인 2011년에 대지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현실에서 유명한 노래를 선택했고, 영화 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그 노래를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작업했습니다. 사실 유명한 곡이라면 어떤 곡을 골라도 상관이 없었을 테지만, 일부러 그 씬에 어울리는 곡들을 골랐어요. 예를 들어 스즈메와 이모가 다툰 뒤 장면에서는 '싸움을 멈춰요'라는 가사가 있는 곡으로 선택했죠. 가벼운 개그처럼 느껴지도록요.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80년대 노래 중에 '세일러복을 벗기지 말아요'라는 곡도 넣을까 고민했었어요. 프로듀서가 지금 세계적인 분위기에서는 절대 그 곡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려서 쓰지 못했지만요(웃음).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배경음악이 좀 더 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음향 면에서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어 래드윔프스가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함께 작업해줬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명탐정 피카츄>, <쥬만지: 넥스트 레벨> 등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 참여했던 작곡가 진노우치 카즈마(Jinnouchi Kazuma)가 합류했습니다. 둘의 공동작업이다 보니 물론 새로운 부분이 있었겠죠. 저와 래드윔프스에게는 없는걸 진노우치가 메워주길 바랐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관을 위한 음향 제작 경험이 거의 없어요. 래드윔프스는 록밴드라 가사도 잘 쓰고 멜로디도 좋은데, 큰 영화관에서 음향을 설계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요. 그래서 진노우치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관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음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스즈메' 성우 역을 맡은 하라 나노카. 사진 제공=(주)미디어캐슬
전작부터 이번 영화까지 일본에서는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세 작품이 모두 새로운 세계로 가고 또 무언가를 초월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비슷하다는 느낌이랄까요? 감독님이 만든 세계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도 드는데, 앞으로는 어떤 영화를 찍으실지 궁금합니다.
제 작품들에서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는 건 아무래도 같은 감독이 만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공통점도 있고, 세 작품 연이어 재해를 다루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앞으로는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신작에 대해서는 사실 백지상태에요. 한국에 있는 동안 힌트를 얻어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작품을 보면 좋겠나요?
<스즈메의 문단속>이 우리 모두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많아요. 영화에서도 지진과 같은 재해가 나오고요. 한국에는 지진이 많이 일어나지 않지만, 재해가 있을 겁니다. 굳이 자연재해가 아니라고 해도 전쟁, 사고 같은 재해가 우리의 일상을 단절시키고 있다고 봐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상이 단절되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회복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테마로 한 작품입니다. 한국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고 우리 모두의 세계를 그린 것이라 생각하면서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6일 만에 100만 돌파 …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내한 기자회견 총정리!|작성자 씨네플레이